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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노인,거지/뚜르게네프
    스크랩 2015. 1. 27. 23:21

     



    어둡고 괴로운 날들이 다가왔다......
    자기 자신의 병, 사랑하는 사람들의 질환, 노년의 추위와 어둠......

    그대가 사랑한 것, 그대가 기약없이 내맡긴 모든 것은
    시들어 부서져간다. 길은 이미 내리막길.

    어떻게 할 것인가? 비통해할 것인가? 서러워할 것인가?
    그렇다고 그대는 자기도 남도 구하지 못하리라.

    구부러지고 말라빠진 노목의 나뭇잎은 점점 작아지고 성기어 간다.
    그러나 그 푸르름에는 변함이 없다.

    그대도 몸을 오그리고 자기 자신 속으로 자기의 회상 속으로
    기어드는 것이 좋다. 그러면 저기, 깊이 깊이 가다듬은 마음속

    맨 밑바닥에 그대의 옛 생활이, 그대만이 이해할 수 있는 생활이
    아직도 생생한 푸르름과 애무와 봄의 힘을 가지고
    그대 앞을 비춰주리라.
     

    그러나 조심하오......

    가련한 노인이여, 희망을 가지지는 마십시오.

     


    거리를 걷고 있노라니....늙어빠진 거지 하나가
    나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눈물어린 충혈된 눈, 파리한 입술, 다 헤진 누더기 옷,
    더러운 상처.. 오오, 가난은 어쩌면 이다지도 처참히
    이 불행한 인간을 갉아먹는 것일까.

    그는 빨갛게 부푼 더러운 손을 나에게 내밀었다.....
    그는 신음하듯 중얼거리듯 동냥을 청한다.

    나는 호주머니란 호주머니는 모조리 뒤지기 시작했다.
    지갑도 없다. 시계도 없다, 손수건마저 없다.
    나는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었다.

    그러나 거지는 기다리고 있다. 나에게 내민 그 손은
    힘없이 흔들리며 떨리고 있다.

    당황한 나머지 어쩔 줄을 몰라, 나는 힘없이 떨고 있는
    그 더러운 손을 덥석 움켜 잡았다.

    "용서하시오, 형제, 아무 것도 가진게 없구려"
    거지는 충혈된 두 눈으로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파리한 두 입술에 가느다란 미소가 스쳤다.....
    그리고 그는 자기대로 나의 싸늘한 손가락을 꼭 잡아주었다.

    "괜찮습니다, 형제여" 하고 속삭였다.
    "그것만으로도 고맙습니다. 그것도 역시 적선이니까요"

    나는 깨달았다.

    나도 이 형제에게서 적선을 받았다는 것을

    출처 : 자유인
    글쓴이 : 자유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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